형사 · 대법원 2026. 7. 16. 선고 · 상고기각
형사항소심에서 형사소송법 제318조의4 제1항에 따라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
2025도18361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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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판단 요지와 해설
1. 가.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27조에 의하여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및 직접심리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11314 판결 등 참조).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주요 원리로 삼고 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973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한 것은, 법관이 공판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도10184 판결 등 참조).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판결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구두변론을 거쳐서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1항), 공판정에서의 변론은 구두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형사소송법 제275조의3) 구두변론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11696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법관은 공판정에서 직접 소송관계인을 대면하여 그들이 말로 현출한 주장이나 소송자료 등의 합리성․논리성․모순성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공개된 법정에서 변론에 임하는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생생한 경험까지 모두 고려하여 사건에 관한 심증을 형성하게 된다.
나. 법원조직법은 고등법원․특허법원 및 행정법원의 심판권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행사하되, 행정법원의 경우 합의부가 단독판사가 심판할 것으로 결정한 사건은 단독판사가 심판권을 행사하고(법원조직법 제7조 제3항), 지방법원․가정법원․회생법원과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의 지원, 가정지원 및 시․군법원의 심판권은 원칙적으로 단독판사가 행사하지만(법원조직법 제7조 제4항), 지방법원․가정법원․회생법원과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의 지원, 가정지원에서 합의심판을 하여야 하는 경우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5항, 제32조, 제40조, 제40조의7 등).
단독판사가 심판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합의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하는 때에는 합의부를 구성하는 3명의 판사들은 독립된 개별 법관의 의견을 넘어 재판기관인 법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적용되는 법률을 해석․적용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절차 즉, 합의(合議)를 거치게 된다. 합의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합의부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하고 심의․논의하여 하나의 유기적 일체로서 법원의 의사를 형성하는 필수적 과정이다.
다. 합의의 방법 등에 관하여 법률은,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이 합의 과정에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의견을 언제든 자유롭게 교환하고 심의․논의할 수 있도록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한편(법원조직법 제65조), 다수결의 원칙 등에 관한 법원조직법 제66조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는 재판권 행사의 본질적 사항에 해당하는 합의의 내용, 방법 등 세부적 사항에 대하여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로 하여금 합의의 대상, 성격 및 소송의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의 비공개 원칙과 함께 합의의 내용, 방법 등에 관한 무정형성․자율성은 헌법 제27조가 정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헌법 제103조가 정한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토대가 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67조의2 제1항은 “공판기일의 심리는 집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집중심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반영하여 형사판결의 선고는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따로 선고기일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판결선고 후 판결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4). 나아가 공판기일의 소송지휘는 재판장이 하지만(형사소송법 제279조), 공판기일에서의 소송지휘 중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이 재판기관으로서 의사를 형성하여야 하므로, 합의의 대상, 성격 및 소송의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판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합의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합의의 무정형성과 자율성은 형사소송법상 집중심리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합의의 무정형성과 자율성 또한 형사소송절차의 대원칙인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안에서 구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합의의 형해화는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므로,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공판정에서의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검사의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 진술,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후진술 등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공판절차가 실질적으로 마쳐지고 변론을 종결한 뒤, 형사판결의 결론에 관한 법원의 의사를 형성하는 종국적 합의를 하여야 한다. 형사판결의 결론이 공판정에서의 심리에 기초하여 형성된 심증을 토대로 종국적 합의를 거쳐 형성된 것이 아니라면,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법 원칙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라.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른 합의의 특징이 있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항소이유를 제한하고(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항소이유서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이와 같이 항소법원의 심판은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내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항소이유를 대상으로 하고, 다만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제2항).
이러한 형사항소심의 사후심적 요소를 형사소송법이 예정하고 있는 집중심리 원칙이나 합의의 무정형성․자율성이라는 특성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사항소심의 경우 관련 공판절차가 실질적으로 종결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항소이유서와 답변서를 바탕으로 항소법원의 심판범위에 포함된 사유 등에 관한 사실관계와 법률의 해석․적용 등에 대한 의견을 언제든 자유로이 교환하고 심의․논의하여 유기적 일체로서 법원의 의사를 잠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나아가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형사항소심에서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변론종결에 앞서 법원의 의사를 잠정적으로 형성하면서 계속되는 형사소송의 진행 경과에 따라 공판정에 현출되는 소송자료를 모두 심리한 후에 잠정적으로 형성한 법원의 의사에 아무런 변동이 없음을 확인하고 이를 그대로 법원의 종국적 의사로 삼기로 합의하여 판결을 선고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형사판결의 결론에 관한 종국적 합의는 공판정에서의 심리에 기초하여 형성된 심증을 토대로 하여야 하므로,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형사항소심 합의부의 판사들은 변론종결에 앞서 잠정적으로 형성한 법원의 의사를 토대로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심리의 결과를 반영하여 형사판결의 결론에 관한 법원의 종국적 의사를 결정하는 최종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잠정적 합의 후 기존에 심리되지 아니한 범죄의 성립과 양형의 조건 등에 관한 새로운 사실관계 또는 법률의 해석․적용 등에 대한 중요한 사항이 공판기일에 새롭게 현출된 경우에는 이러한 최종 합의 과정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이때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기에 앞서 잠시 휴정하여 별도의 최종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무정형성․자율성 등을 본질로 하는 합의의 속성에 비추어 그러한 별도의 과정이 형식적으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항소심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소송의 진행 경과와 개별 사건의 특성에 맞추어 이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의 무정형성․자율성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변론을 종결하는 기일에 형사판결을 선고하면서도 그에 앞서 잠정적으로 형성한 법원의 의사를 토대로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심리의 결과를 반영하여 형사판결의 결론에 관한 법원의 종국적 의사를 결정하는 최종 합의 과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형사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된 사유 등에 대한 심리 진행 경과와 내용, 그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형사재판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정도로 합의 절차가 형해화되었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및 직접심리주의 원칙 등에 비추어 이를 위법한 공판절차로 볼 수 있다.
출처: 대법원 판례속보(법원도서관 작성). 법원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24조의2에 따라 이용합니다 · 대법원 저작권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