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5. 판결 : 확정 · 2025나10110 · 민사
관련 법령: 대한민국헌법, 민법
판시사항
甲과 乙이 약 5년간 동거하며 동성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乙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가까워진 丙과 동성 연인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甲과 乙의 관계가 종료되었고, 이에 甲이 丙을 상대로 丙의 乙과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甲과 乙의 사실혼 유사 동거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과 乙은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상호 혼인의사를 가지고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丙은 이를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乙과 교제함으로써 위 공동체관계의 파탄을 초래하여 甲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丙은 甲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과 乙이 약 5년간 동거하며 동성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乙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가까워진 丙과 동성 연인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甲과 乙의 관계가 종료되었고, 이에 甲이 丙을 상대로 丙의 乙과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甲과 乙의 사실혼 유사 동거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현행법의 해석상 동성 간의 법률혼 내지 사실혼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동성 커플이 혼인의사를 가지고 육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와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동성 커플의 경우에도 이러한 생활공동체 형성에 따른 이익을 보호할 최소한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고, 동성의 두 사람 사이에서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고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통한 생활공동체가 형성되어 이성 간의 사실혼관계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그중 일방이나 그와 교제하여 관계의 파탄을 초래한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절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커플의 행복추구권 내지 평등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동성 간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하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역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나아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민법상 부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상호 간 성적 성실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와 같이 동성인 두 사람이 사실혼과 유사한 정도의 혼인의사의 합치와 육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 결합을 토대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다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생활공동체 유지를 위한 협력의무를 부담하고 그 일환으로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며, 제3자가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생활공동체의 유지를 방해하거나 그 파탄을 초래하였다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생활공동체의 유지를 방해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침해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바, 甲과 乙은 동성으로 현행 법제하에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로 평가될 수 있는 사실혼을 형성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기간 함께 거주하면서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ㆍ지출하고 甲의 부모로부터 부부로 인정받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상호 혼인의사를 가지고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丙은 이를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乙과 교제함으로써 위 공동체관계의 파탄을 초래하여 甲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丙은 甲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판례내용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지)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엘 담당변호사 신유진)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5. 8. 25. 선고 2025가단53602 판결
【변론종결】2026. 3. 6.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5. 1. 25.부터 2026. 6. 5.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및 원고의 주장
이 법원이 여기에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제2면 제13행의 ‘24호증’ 다음에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를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원고와 소외 1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형성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을 것을 요한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므7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와 소외 1이 결혼식을 올렸다거나 가족들 외에 친지나 지인들에게 그들의 관계를 밝혔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동성(同性)으로 현행 법제하에서 그들의 관계가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로 평가될 수 있는 사실혼을 형성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와 갑 제25호증의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소외 1은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ㆍ지출하는 경제공동체가 된 2019. 9.경부터, 또는 늦어도 원고의 본가에서 원고의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원고의 부모로부터 결혼반지를 예물 명목으로 선물 받음으로써 부부로 인정받은 2023. 6.경부터는,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상호 혼인의사를 가지고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혼인의사의 존재 및 정신적ㆍ육체적 결합
① 원고는 소외 1과 교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가족들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고, 원고의 가족들은 늦어도 원고가 소외 1과 교제를 시작한 2018. 5.경에는 원고의 성적 지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소외 1은 2019. 11.경 원고가 거주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주소 1 생략) 소재 빌라에 입주하여 원고와 동거하기 시작하였고, 그 무렵 원고의 부모를 방문하여 정식으로 인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와 소외 1은 2020. 10.경 소외 1과 그 오빠인 소외 2가 공유하는 서울 용산구 (주소 2 생략) 소재 아파트로 거주지를 이전하였고, 2021. 11.경에는 원고 본가와 가까운 서울 서초구 (주소 3 생략) 소재 빌라로 거주지를 이전하였다.
④ 소외 1은 2022. 3. 말경부터 2022. 4. 초경까지 원고 및 원고의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기간 동안 같은 숙소에서 숙박하였으며, 당시 소외 1이 왕복 비행기표를 예약하였다.
⑤ 원고와 소외 1은 말기암 환자였던 원고 부친의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2023. 5.경부터 원고의 본가에서 원고의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기 시작하였다(당시 원고의 부친은 더 이상의 입원치료를 중단하고 본가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의 부모는 2023. 6.경 원고와 소외 1에게 시가 7,150,000원 상당의 까르띠에 반지와 시가 5,220,000원 상당의 쇼메 반지를 예물 명목으로 구입하여 주었고, 원고와 소외 1은 위 반지들을 커플링으로 착용하였다.
⑦ 원고의 부친은 2023. 7.경 사망하였고, 소외 1은 그 이후에도 원고의 본가에서 원고의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다가 2024. 7.경 원고와 함께 서울 강남구 (주소 4 생략) 소재 아파트로 거주지를 이전한 후 원고와의 관계가 종료된 2024. 10.경까지 원고와 함께 거주하였다.
⑧ 소외 1은 원고 및 원고의 동생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하여 대화하였고, 원고의 모친과도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고 선물을 받기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직장에서도 지인들에게 원고를 ‘신랑’이나 ‘남편’으로 지칭하였다.
⑨ 소외 1의 부모는 원고 부친의 장례식에 통상 지인 관계에서 지급하는 부의금 액수를 크게 상회하는 1,000,000원을 부의금으로 지급하였고, 원고 역시 소외 1의 본가에 여러 번 방문하여 소외 1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소외 1은 원고에게 자신의 가족행사에 동행할 것을 권유하면서 원고와의 관계를 자신의 다른 가족들에게도 밝히고 싶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⑩ 소외 1이 2024. 9. 26. 원고에게 이별을 통보할 당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1에게 "그래도 우리가 일군 건 가정이고 서로 가족의 관계를 맺기로 했어.", "너는 우리의 관계를 지켜야 할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니."라고 하자, 이에 대하여 소외 1은 ‘원고를 언제나 가족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나) 원고와 소외 1의 경제적 생활공동체 형성
① 원고는 2019. 9.경부터 자신의 급여를 소외 1의 은행계좌로 이체하였고, 소외 1은 두 사람의 급여를 재원으로 하여 공동생활비와 투자금, 부모님 용돈, 원고의 대출금 이자 등을 지출하였으며, 자신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현금을 원고 명의의 대출금 상환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② 원고와 소외 1은 2021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수억 원의 자금 마련, 각 아파트 청약 신청 및 이를 위한 자금 융통 등을 논의하였고, 2023. 12. 26.경에는 원고의 명의로 서울 중구 소재 아파트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및 잔금 납부를 위하여 원고는 약 150,000,000원, 소외 1은 약 24,000,000원을 각각 출자하였다.
③ 소외 1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후 2022. 1.경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였는데, 원고는 소외 1의 공인중개사 학원비 중 일부를 부담하였고, 소외 1에게 용돈 및 생활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④ 소외 1은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후 피고와 함께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소속공인중개사로 근무하다가 2024. 3.경부터 피고와 공동으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하였는데, 원고는 당시 소외 1에게 사무실의 임대차보증금 지급을 위하여 10,000,000원을 지원해 주었고, 2024. 6.경부터 소외 1 명의로 연금저축상품에 가입하여 매월 500,000원을 납입하였으며, 그 무렵 조종사공제회에서 원고의 사망, 부상 등의 경우에 지급하는 공제금의 2차 수령인(수익자)을 소외 1로 지정하였다.
2) 피고의 불법행위
가) 관련 법리 등
(1)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법행위는 불법행위의 핵심적인 성립요건으로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는 탄력적인 개념이다.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 보아 판단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ㆍ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소유권을 비롯한 절대권을 침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다314022 판결 등 참조).
부부는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민법 제826조에 따라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면서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이 유지되도록 상호 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이는 민법 제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고,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지며,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사실혼관계의 경우에도 헌법이나 민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는 종래부터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왔고, 이를 토대로 부정행위를 한 부부의 일방과 그 부정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계속 인정하여 왔다. 육체적ㆍ정서적 결합의 정도가 사실혼관계보다 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약혼의 경우에도 민법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약혼이 해제된 경우 재산적ㆍ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민법 제806조 제1항, 제2항), 약혼관계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 일방과 부정행위를 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2) 동성 간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
우리나라 헌법이나 민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남녀의 구별과 남녀의 결합을 전제로 한 양성(兩性), 부부(夫婦),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 부모(父母)라는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현행법의 해석상 동성 간의 법률혼 내지 사실혼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외 학계에서 동성혼 법제화나 생활동반자법의 제정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동성 간의 법률혼 내지 사실혼의 성립을 인정할 만한 사회적 합의나 이를 위한 숙고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입법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헌법 제10조), 인간은 위와 같은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성적 지향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루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11. 24. 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동성 커플이 혼인의사를 가지고 육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와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역시 위와 같은 행복추구권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동성 커플의 경우에도 이러한 생활공동체 형성에 따른 이익을 보호할 최소한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제1항). 여기서의 ‘평등’은 상대적 평등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까지도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이성 간의 관계와 달리 동성 간의 관계에서 법률혼 내지 사실혼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법률혼이 성립되지 않은 사실혼관계나 약혼관계에서도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의 두 사람 사이에서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고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통한 생활공동체가 형성되어 이성 간의 사실혼관계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그중 일방이나 그와 교제하여 관계의 파탄을 초래한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절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커플의 행복추구권 내지 평등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떠한 것이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해당 이익을 보호하는 취지의 명문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민법은 제751조 제1항에서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는 등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정신적 손해의 개념 및 책임 발생 사유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헌법 및 민법상 혼인에 관한 규정이 이성 간의 결합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이성 간의 법률혼 및 사실혼관계의 형성과 그에 따른 법적 보호를 인정하는 근거로서 작용하는 것이지, 이를 넘어 동성 간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에 대한 법적 보호를 완전히 배제하는 규정으로 기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동성 간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하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역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사건과 종전의 동성혼 또는 동성동반자에 관한 법원 판결 등과의 관계
2004년경 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약 20년간 동거하면서 사실혼관계를 유지하였고, 공동의 노력으로 재산을 형성ㆍ유지하여 왔는데,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사실혼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상대방에 대하여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 및 사실혼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을 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동성 간에 사실혼과 유사한 동거관계를 유지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04. 7. 23. 선고 2003드합292 판결), 위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2005. 6. 18. 확정되었다.
2013년경 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혼인한다는 취지의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청장에게 제출하였으나 수리가 거부되자 이에 대한 불복신청을 하였는데, 법원은 헌법과 민법의 해석상 동성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복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였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5. 25. 자 2014호파1842 결정), 이는 재항고심을 거쳐 2016. 12. 15. 확정되었다.
한편 2020년경 한 남성이 ‘동성인 남성 A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혼관계 인우보증서를 첨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A 명의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였는데, 공단이 이를 수리하였다가 사후에 A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면서 A에게 건강보험료를 납입할 것을 요구하자, A가 제기한 보험료부과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제1심법원은 동성 간 사실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A에게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소심법원은 위 공단의 처분은 동성동반자로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A를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A의 항소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대법원은 위 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동반자와 달리 동성동반자인 A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위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A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하면서 위 공단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판결 및 결정의 추이에 비추어 보면, 종래의 판결 내지 결정은 모두 동성 간에는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성 간의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문제와 동성 간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인정하고 그러한 관계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평가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국면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전자를 부정하는 것이 반드시 후자를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도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위 판단이 종전 법원의 판결 및 결정에 배치된다고 볼 수도 없다.
(4) 동성 간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에서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성 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역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개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개인들과 자유롭게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수반되는 권리ㆍ의무를 정할 수 있는바, 민법상 부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상호 간 성적 성실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같이 동성인 두 사람이 사실혼과 유사한 정도의 혼인의사의 합치와 육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 결합을 토대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다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그 생활공동체 유지를 위한 협력의무를 부담하고 그 일환으로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고, 제3자가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생활공동체의 유지를 방해하거나 그 파탄을 초래하였다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생활공동체의 유지를 방해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침해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와 갑 제29~34호증, 갑 제36, 3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와 소외 1이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음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과 교제함으로써 위 공동체관계의 파탄을 초래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비록 원고와 소외 1이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2023. 6.경부터는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상호 혼인의사를 가지고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하여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다.
② 피고와 소외 1은 늦어도 2024. 6.경부터는 피고의 집 안방 침대에서 함께 누워 애정행각을 벌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교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만인 2024. 9. 26.경 소외 1은 원고에게 이별을 통보하였고, 그 무렵 원고와 소외 1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관계가 종료되었다.
③ 2024. 4.경부터 2024. 5.경까지 소외 1과 원고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 의하면, 소외 1은 피고나 피고의 남편 등 제3자와 대화할 때 원고를 ‘신랑’이나 ‘남편’으로 지칭하였다. 그 이후에도 원고가 소외 1을 통해 피고나 피고의 아들에게 선물을 주었고, 피고가 소외 1을 통해 원고에게 감사를 전달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소외 1과 교제할 당시 적어도 ‘소외 1이 원고와 혼인한 유부녀’라는 인식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로는 원고와 소외 1이 서로 동성으로 혼인을 하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피고로서는 자신이 소외 1과 교제함으로써 원고와 소외 1의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④ 원고는 2024. 11. 30.경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그 발병 시기 및 증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질환은 피고에 의하여 자신과 소외 1의 관계가 파탄되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와 소외 1은 약 7년간 교제하였고, 이르면 2019. 9.경부터, 늦어도 2023. 6.경부터 두 사람이 결별한 2024. 10.경까지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던 점, ② 뒤늦게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여 경제활동을 재개한 소외 1과 달리 원고는 위 기간 중 계속하여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였고, 소외 1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소외 1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피고와 소외 1의 교제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소외 1을 설득하여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비롯한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와 소외 1이 보여준 태도로 더 큰 배신감과 상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롯하여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손해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5. 1.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6. 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소영(재판장) 장창국 문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