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 기각
장교의 집단 진정 또는 서명 행위 금지 사건
2021헌마1258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위헌확인
<장교의 집단 진정 또는 서명 행위 금지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장교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다.
사건개요
○ 청구인은 2021. 8. 1. 단기법무장교로 임용되어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장교이다. 청구인은 군인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가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 청구인은 ‘장교’이므로,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군인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
결정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법정의견의 요지
제한되는 기본권
○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장교의 집단적인 표현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장교인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 소극
○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 침해의 최소성
- 헌법은 제5조 제2항을 통하여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여야 하므로,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
- 단순한 진정 또는 서명행위라 할지라도 각종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행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이는 자칫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를 파괴하여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집단 진정 내지 서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반목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열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군과 같은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개별적인 진정 내지 이의제기 방식이 아니라,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과연 그 집단의 의사가 각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장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정파적 또는 당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즉,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무여건ㆍ인사관리 및 신상문제 등에 관하여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은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도 있다. 그 외에도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등을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를 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신고자 보호에 관한 규정 역시 두고 있다.
- 이처럼 장교는 군대 내부의 절차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한 군대 외부의 절차를 통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해결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행위는 군인복무기본법에서 폭넓게 보호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제한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 법익의 균형성
-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고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한다는 공익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장교가 제한받게 되는 사익보다 작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 결론
-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
○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그 입법목적이 있고,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 침해의 최소성
-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규정은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그 위험성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에서부터, 구체적인 위험성을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규제의 필요성은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만약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되어 집단으로 상관에게 항의하는 행위, 집단으로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군인복무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4호의 사유로도 이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에는 장병들을 위한 병영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건의사항이나, 군대 내의 부조리 등을 시정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가 일률적으로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다.
-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자칫 정치 운동으로 변색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것이 장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인지 아니면 특정 정파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인지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정치 운동에 해당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등에 의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다.
- 군인복무기본법에서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 등의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나,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군의 특성상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개별적으로 상관에게 건의하거나, 진정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설령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의견 건의를 하거나 고충심사를 청구하더라도 이는 해당 사안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군인복무기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법들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와 같은 정도로 실효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 법익의 균형성
-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핵심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며,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고 구체적이며, 이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 결론
-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결정의 의의
○ 이 사건은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장교인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 법정의견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군기를 문란하게 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점, 장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추어질 경우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는 점,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점, 군인복무기본법에서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이미 마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이에 대하여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그 위험성에 따라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점,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에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위와 같은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지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점, 군인복무기본법 및 국가공무원법 등은 이미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될 경우에 대한 금지 및 처벌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 점, 군인복무기본법이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법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와 동일한 정도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장교의 지위와 역할, 집단적 표현행위의 특성, 군인복무기본법상의 다양한 권리구제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관하여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출처: 헌법재판소 최근 주요결정(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헌법재판소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24조의2에 따라 이용합니다 · 헌법재판소 저작권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