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5. 30. 선고 · 합헌,각하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
2021헌바55등 형법 제123조 위헌소원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4년 5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구 국가정보원법 제11조 제1항 중 ‘직권을 남용하여’ 부분 및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제19조 제1항 중 ‘제1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람’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각하]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각각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형법 제123조에 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 청구인들은 각 형사재판 계속 중 형법 제123조 또는 형법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부분 및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각각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청구인 우○○는 형법 제123조에 관한 부분뿐 아니라 구 국가정보원법 제11조 제1항 중 ‘직권을 남용하여’ 부분,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및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중 ‘제1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람’ 부분에 대해서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법조항’이라 한다), 구 국가정보원법(2011. 11. 22. 법률 제11104호로 개정되고, 2020. 12. 15. 법률 제1764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중 ‘직권을 남용하여’ 부분 및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제19조 제1항 중 ‘제1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람’ 부분(이하 위 국가정보원법 조항들을 합하여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국가정보원법(2011. 11. 22. 법률 제11104호로 개정되고, 2020. 12. 15. 법률 제1764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직권 남용의 금지) ①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9조(직권남용죄) ① 제1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결정주문
○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청구인 우○○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의 요지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에 대한 판단 - 부적법
○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나, 이에 대한 법원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없었다. 법원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기각하였는바,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이 묵시적으로나마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대상으로 판단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청구인 우○○의 이 사건 국정원법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 사건 형법조항에 대한 판단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 소극
○ 헌법재판소는 2006. 7. 27. 2004헌바46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직권”이란 직무상 권한을, “남용”이란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언상 이해되는데,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경우에도 그것이 곧바로 “직권”의 의미 자체의 불명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직권남용의 의미에 대해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해석기준을 확립하고 있으며 여러 법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와 같은 의미로 “직권 남용” 또는 “권한 남용”과 같은 구성요건을 사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유형과 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으로도 곤란하다. 또한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법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의무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임은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
○ 위와 같은 선례의 결정이유는 심판대상의 내용이 동일한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이와 달리 볼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 다음으로, 이 사건 형법조항 중 ‘사람’의 의미와 관련하여, 이 사건 형법조항이 특별히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라도 그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직무집행에 있어 직권남용행위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범위에서 공무원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법원 역시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인 ‘사람’의 범위에 일반 사인뿐 아니라 공무원 등도 포함됨을 전제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105 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18296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이 사건 형법조항의 문언, 보호법익, 법원의 해석 방법 등을 고려할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범위에 일반 사인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 하여금 정해진 직무집행의 원칙,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도 해당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 소극
○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해 부여된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비난이 공무원 개인에 대해서만 그치지 않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
○ 또한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엄정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전체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에 의해 주어진 지위와 책임으로부터 정당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무 수행에 있어서는 사적 이해를 초월하여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고 공정하게 수행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공무원상(像)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 직권남용행위의 폐해를 고려할 때, 이 사건 형법조항의 입법목적인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 보호 및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하여 가능한 수단들을 검토하여 그 효과를 예측한 결과, 행정상 제재보다 단호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이지 아니한다.
○ 이 사건 형법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의 하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에 따라 법관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형을 선택하고 적절히 양형을 정할 수 있고,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부합하는 형벌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 따라서 이 사건 형법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결정의 의의
○ 이 결정은 2004헌바46 결정 이후 이 사건 형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인 ‘사람’에 관한 해석도 명확하다고 판단하였고,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를 행정상 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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