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 인용(취소)
식당에서 자신의 우산과 외관이 유사한 타인의 우산을 가져간 절도 사건
2023헌마79 기소유예처분취소
<식당에서 자신의 우산과 외관이 유사한 타인의 우산을 가져간 절도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의 연령 및 건강상태, 청구인의 우산과 피해자의 우산의 외관상 유사성, 사건 전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이 가져온 우산으로 착오하여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용]
사건개요
○ 청구인은 2022. 8. 9. 서울 강남구 소재 식당 내에서 피해자가 우산꽂이에 꽂아둔 시가 20만 원 상당의 검정색 장우산 1개를 꺼내 몰래 가져감으로써 이를 절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 청구인은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이라고 착오하여 가져간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라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주문
○ 피청구인이 2022. 10. 2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5868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의 요지
절도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
○ 재물의 타인성을 오신하여 그 재물이 자기에게 취득할 것이 허용된 동일한 물건으로 오인하고 가져온 경우에는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범의가 조각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1762, 83감도315 판결 참조).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 소극
○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청구인은 2022. 8. 9. 12:11경 일행 2명과 함께 이 사건 식당에 방문하였고, 우산꽂이에 자신이 쓰고 온 검정색 장우산을 꽂아두었다. 피해자는 12:44경 식당에 들어와 우산꽂이에 자신의 검정색 장우산을 꽂아두었다.
- 청구인 일행은 13:01경 식사를 마쳤고, 청구인 일행 중 1명이 신용카드로 식사대금을 결제하였다. 청구인은 자신의 우산을 우산꽂이에서 꺼내들어 잠시 살펴보았다가 다시 꽂아두고, 다른 우산꽂이에서 피해자의 우산을 꺼내들어 마찬가지로 잠시 살펴본 뒤 이를 가지고 나갔다.
- 경찰은 카드사로부터 식당에서 결제한 청구인 일행의 신상을 파악하여 위 일행을 통해 2022. 10. 17. 청구인에게 연락하였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이고, 오늘 연락을 받을 때까지 우산을 잘못 가지고 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 집에 피해자의 우산과 비슷한 우산이 많아서 착각한 것 같다’고 주장하였다.
-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62세였으며, 이 사건으로부터 약 3년 7개월 전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대학병원 신경과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정색 장우산으로 그 색상과 크기 등 외관이 유사하다. 또한 청구인의 연령 및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 피해자의 우산은 청구인의 우산과 달리 손잡이에 비닐포장이 씌워져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사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착오할 수 있다. 한편 피해자의 우산에는 ‘벤츠’라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CCTV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에서 ‘벤츠’ 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 사건 당시 청구인은 일행 2명과 함께 자신의 주거지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 방문한 것이었고, 청구인이 우산을 찾을 때에는 이미 청구인의 일행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친 상황이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인이 우산을 절취하였다고 보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결정의 의의
○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고,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헌법재판소는 위 기소유예처분에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하였다.
출처: 헌법재판소 최근 주요결정(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헌법재판소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24조의2에 따라 이용합니다 · 헌법재판소 저작권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