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상
대법원 2026. 7. 16. 판결 · 2023도3217 · 형사
관련 법령: 형법, 형사소송법
판시사항
[1]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고려할 사항 /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
[2]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재량의 범위와 내용
[3]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업무상 과실 존재’에 관한 증명의 정도
[4]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상 과실과 상해ㆍ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정도 및 형사재판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다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2]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에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3]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존재한다는 것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도록 증명해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인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더라도 이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4]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였다는 점 외에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
참조조문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유화진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3. 2. 14. 선고 2021노28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병원명 1 생략)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 피부과 전문의이고, 피고인 2는 이 사건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피해자 김○○(여, 당시 12세)를 진료하였던 사람들이다.
피고인 1은 2013. 7. 12.경 고양시 일산동구 (이하 생략)에 있는 이 사건 병원 피부과에서 등 부위의 피부발진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 피해자를 진료한 후 ‘답손(Dapsone)’을 처방하였으나, 피해자는 2013. 7. 31.경부터 고열 등이 발생하여 2013. 8. 4.경 이 사건 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입원하였고, 피고인 2는 입원한 피해자를 진료하게 되었다.
피해자의 피부발진을 진료한 의사로서는, 답손은 독성간염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답손에 관한 허가 내용에 따라 투약 전후 정기적인 혈액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하여야 하며, 답손을 처방하면서 환자에게 처방 이유, 효과,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설명하고 발열 등 과민반응 시 즉시 투약을 중지하고 내원하여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인 주의사항에 관하여 지도ㆍ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또한 답손 처방 후 고열 등 과민반응으로 내원한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로서는 답손 투여를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피부발진을 진료한 의사인 피고인 1은 답손을 처방한 2013. 7. 12.경부터 피해자가 고열과 발진으로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2013. 8. 4.경 이전까지 피해자에 대하여 혈액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전혀 계획 및 시행하지 않았고, 답손을 처방하면서도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위험성 및 부작용, 발열 등 과민반응 시 즉시 투약을 중단하고 내원하여 자신과 상담하라는 설명을 하지 않아 2013. 7. 31.경부터 발열 등 과민반응이 발생한 피해자에게 즉시 답손 투약을 중지시키지 못하였다(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과 관련하여 공소사실에 ‘피고인 1은 2013. 7. 12.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진료한 후 색소성 자색반 피부염으로 진단하였는데, 피해자의 피부발진을 진료한 의사로서는 진단명에 적응증이 있는 약물을 처방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피부발진을 진료한 의사 피고인 1은 의학 논문들에서 색소성 자색반 피부염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제로 답손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위 진단명에 답손 처방 시 임상적 유효성과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진료기록부 등에 피해자에 대하여 색소성 자반 피부염으로 진단하고 그 적응증이 없는 답손을 처방하였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제1심이 과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답손 처방 후 고열 등으로 내원한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인 피고인 2는 2013. 8. 6.경 ‘답손을 중단하고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볼 수 있다.’는 피부과 협진회신(이하 ‘이 사건 1차 협진회신’이라 한다)을 받았음에도 답손을 중단하였을 뿐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2013. 8. 9.경 ‘전신적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프레드니솔론을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투여가 어려울 경우 면역글로불린 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피부과 재협진 회신(이하 ‘이 사건 2차 협진회신’이라 한다)을 받고 같은 날 오후에서야 뒤늦게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하였고, 불과 이틀 뒤인 2013. 8. 11.경 스테로이드 투여를 중단하였다가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2013. 8. 12.경 재차 스테로이드(디솔린주)를 투여하였다가 당일 이를 변경하여 2013. 8. 15.경까지 면역글로불린만 투여하다가, 2013. 8. 18.경 간수치 악화가 확인되자 그제야 다시 스테로이드(메디소루)를 투여하는 등 스테로이드의 단기 투여와 중단을 반복하여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피고인 2의 업무상 과실과 관련하여 공소사실에 ‘답손 처방 후 고열 등 과민반응으로 내원한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로서는 설폰아마이드계 약물인 답손과 교차반응 위험이 없는 약물을 투여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답손 처방 후 고열 등으로 내원한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 피고인 2는 2013. 8. 6.경 이미 피부과 협진을 통해 피해자는 설폰아마이드계 약물인 답손에 의한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진단을 받았음에도 답손과 교차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라식스를 2013. 8. 12.경부터 2013. 8. 19.경까지 투여하였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2013. 8. 21.경 (병원명 2 생략)병원에서 전격성 간부전으로 인하여 혼수상태에 이르게 하고, 같은 날 간이식을 받게 하여 간장애 5급에 이르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의료사고’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 2에 대하여, 피해자가 답손 복용 후 발열, 발진, 간기능 수치 악화 등의 증상을 보였으므로 적어도 2013. 8. 6. 이 사건 1차 협진회신을 받은 이후에는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강력히 의심할 상황이었음에도, 2013. 8. 6.부터 같은 달 9일까지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행하지 않고 같은 달 11일부터는 스테로이드 투여를 중단하거나 단속적으로만 투여하여 피해자의 증상이 악화되게 한 것은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하여, 답손 투약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전혈구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초기증상이 나타났을 때에 필요한 대응을 지도ㆍ설명하지 않아 피해자의 증상이 악화되게 한 것은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2
피고인 2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3090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도록 증명하여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인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더라도 이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2) 이 사건에서 비록 피해자가 결과적으로 약물과민반응으로 인하여 간장애 5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 백혈구의 일종으로서 알레르기 반응 조절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호산구(Eosinophil) 수치의 증가는 약물과민반응증후군[DRESS(Drug Reaction with Eosinophilia and Systemic Symptoms) Syndrome: 호산구 증가와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이상약물반응]의 핵심 진단 지표임에도, 피해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2013. 8. 4.부터 (병원명 2 생략)병원으로 전원된 2013. 8. 19.까지 정상범위 상한을 한 번도 초과하지 않았다.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영문명 자체에 ‘호산구증가증(Eosinophilia)’이 포함될 만큼 중요한 호산구 수치가 위 기간 동안 줄곧 정상범위 내로 유지된 것은, 당시 피해자의 질환을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확진하기 어렵게 한 유력한 사정이었다.
발열, 전신발진, 간기능 수치 이상은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증상임과 동시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에 의한 감염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Non-specific) 증상이다. 실제로 2013. 8. 5. 피해자에 대해 세균의 일종인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2013. 8. 4.부터 감염증 관련 검사들이 순차적으로 의뢰되고 그 결과가 보고되는 과정에 있었다. 더욱이 이 사건 2차 협진회신 이후로서 스테로이드 투여가 시작된 후인 2013. 8. 10. 및 같은 달 11일 나타난 면역반응 지표인 백혈구 수치와 체내 염증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이하 ‘CRP’라 한다)의 급격한 상승, 그리고 2013. 8. 12. 이후 세균성 감염의 지표인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이하 ‘PCT’라 한다) 수치의 폭증, 호산구 저수준 유지와 대비되는 백혈구의 폭증 등은 중증세균감염증의 진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사정들이었다.
즉, 피해자의 질환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인지 아니면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인지, 혹은 양자의 복합증상인지에 관하여 이 사건 병원 입원 기간 내내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확진할 수 없고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우선 피고인 2가 이 사건 1차 협진회신을 받은 2013. 8. 6.부터 이 사건 2차 협진회신을 받은 2013. 8. 9.까지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기간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고 답손 투여를 즉시 중단한 채 감염증 여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며 피해자의 경과를 관찰한 피고인 2의 진료방법 선택이, 당시 실천되고 있던 임상의학 지식ㆍ준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2의 이 부분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1) 이 기간 피해자가 다른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우선적으로 약물과민반응증후군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할 정도의 응급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식은 명료했고, 체온은 36.9℃ 내지 38.3℃의 범위에서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으며, 면역력 지표인 백혈구 수치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체내 염증지표인 CRP도 2013. 8. 8. 기준으로 정상범위 상한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간기능 수치는 상승하고 있었으나 즉각적으로 장기 손상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기간 피해자의 감염증 진단을 위한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감염증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3. 8. 6. 파보바이러스(Parvovirus B19) 항원ㆍ항체 검사,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항체 검사 결과가 미보고 상태였고, 말라리아, 장티푸스, 감기, 폐렴구균 등에 대한 감염관련 검사의뢰도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마이코플라스마 세균감염 가능성이 ‘낮은 정도’이기는 하나 이미 제기되어 있었고, 기타 감염관련 검사 결과들이 순차적으로 보고되는 과정에 있었다.
(3)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는 면역체계 전반에 강력한 억제 효과를 일으켜 병원체에 대한 저항에 취약해질 수 있고, 그 결과 자칫 환자의 감염증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치사율이 매우 높은 패혈성 쇼크가 발생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확진되지 않고 감염증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감염관련 위험을 감수하고 확진되지 않은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조기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피고인 1은 이 사건 병원 피부과 전문의로서 피해자에게 직접 답손을 처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1차 협진회신을 하면서 답손 투여에 대해서는 ‘중단하라.’고 명시한 반면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해서는 ‘필요시 해볼 수 있다.’는 수준으로 제안함에 그쳤다. 피고인 1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피부과 전문의로서 피해자를 진료하고 답손을 처방한 입장에서도 당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스테로이드의 즉각적인 투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5) 피해자의 보호자는 2013. 8. 6. 이 사건 1차 협진회신을 받은 피고인 2가 피해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려고 하자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확진되지 않았고 감염 가능성도 남아 있어 스테로이드 투여가 피해자에 대한 최선의 치료방법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고인 2가 보호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스테로이드 투여를 보류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며 감염관련 검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경과관찰을 선택한 것이 의사로서 당연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 2가 2013. 8. 9. 및 같은 달 10일 피해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였다가 2013. 8. 11. 중단하고 이후 스테로이드 투여를 지속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2013. 8. 11. 스테로이드 투여를 중단하고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 Intravenous Immunoglobulin, 이하 ‘면역글로불린’이라 한다) 투여로 전환한 후 이후에도 스테로이드 투여를 지속적으로 재개하지 않은 피고인 2의 진료방법 선택이, 당시 실천되고 있던 임상의학 지식ㆍ준칙에 의거한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2의 이 부분 업무상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
(1) 피고인 2가 스테로이드 투여 중단을 결정한 2013. 8. 11. 피해자는, 같은 달 9일과 10일 이틀간 스테로이드제 소론도를 투여받아 간기능 수치가 소폭 개선된 상태이기는 하였다. 반면 발열ㆍ발진이 심화되고 CRP와 백혈구 수치가 급상승하는 한편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진단의 주요 지표인 호산구 수치는 여전히 정상범위 내에서 낮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기능 수치의 개선에 주목하여 피해자를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의심하고 스테로이드 투여를 지속하는 선택도 가능하였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발열ㆍ발진 심화, CRP와 백혈구 수치의 급등이 시사하는 심한 염증반응의 발생,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중요 지표인 호산구 수치의 지속적 정상범위 유지 등에 주목하여,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을 악화시켜 자칫 중증감염증이나 패혈성 쇼크로 발전하게 할 위험성이 있는 스테로이드 투여 대신 대체 가능한 치료로 전환하는 것 역시 평균적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진료방법이었다고 보인다.
(2)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치료의 종결로 투여하던 스테로이드를 중단할 때 투여량을 수주에 걸쳐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는 것이 임상 의료계의 중론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이는 스테로이드가 장기간 투여된 경우 그 영향으로 자체 코르티솔 생산을 줄인 부신(副腎)이 다시 자연스럽게 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할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는 이틀간 단기 스테로이드 투여를 받은 정도였고, 오히려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강화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2가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 악화 및 그로 인한 패혈증 등 중증감염증 발생 위험을 무릅쓰고 스테로이드 투여를 당연히 지속했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이 사건 2차 협진회신에는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됨과 동시에 스테로이드 투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면역글로불린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면역글로불린은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증례 보고가 있을 뿐 아니라, 스테로이드와 달리 면역체계를 전면 억제하지 않고 면역 균형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을 악화시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피고인 2는 이 사건 2차 협진회신을 받은 2013. 8. 9.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하였다가 2013. 8. 11. 이를 중단하였고 다음 날인 2013. 8. 12.부터 피해자에게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였다. 이는 당시 임상의학 지식ㆍ준칙의 범위 내에 있는 합리적인 치료방법의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4) 2013. 8. 9. 스테로이드 투여 시작 당시부터 피해자의 보호자가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해 강한 거부의사를 반복적으로 표시한 것이 피고인 2의 스테로이드 투여 중단 결정 동기의 하나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인 업무상 과실의 판단에 있어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의무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고, 위와 같이 어느 진료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임상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다른 합리적 방법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호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대체 치료방법을 선택한 것이 의사로서 당연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피해자가 2013. 8. 12. 패혈성 쇼크 상태에 이르러 중환자실로 전실된 이후부터는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치료를 위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2013. 8. 14. PCT가 패혈증 등 중증감염을 시사하는 수치인 89.55ng/mL(정상치 0.05ng/mL)로 폭증하였고, 체내 감염 지표인 CRP가 정상범위 상한의 20배를 초과하였으며, 백혈구가 정상범위 상한의 약 3배에 달한 반면 호산구는 여전히 정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던 상황은, 당시 피해자에게 약물과민반응증후군보다는 중증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면역억제 효과를 가진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은 패혈성 쇼크 상태인 피해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아 항생제 투여와 동시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를 당연히 병용하였어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6) 2013. 8. 12., 같은 달 18일, 같은 달 19일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스테로이드제 디솔린이나 메디소루를 투여하였던 것은 쇼크 상태로 급강하한 혈압의 상승을 위한 일회성 투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투여량(15mg, 체중 1kg당 약 0.3mg)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치료를 위한 소론도 처방 용량(체중 1kg당 0.5mg)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위 스테로이드제 투여는 약물과민반응증후군 증세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하기 위한 일관성 없는 투여로 보이지 않는다.
라) 결국 피고인 2가 당시 실천되고 있던 임상의학 지식ㆍ준칙을 벗어나 당시 상황에서 통상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면 당연히 하지 않았을 진료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스테로이드를 보다 조기에 지속적으로 투여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이 사건 의료사고보다 경증의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은 사후적 평가이다. 당시 피고인 2는 피해자의 담당의사로서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능성 사이에서 각 진료방법이 가져올 위험과 이익을 임상적으로 비교ㆍ판단하여 피해자의 생명ㆍ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진료방법을 적시에 선택ㆍ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하여 오직 하나의 합리적 방법만이 존재하였고 피고인 2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과 공소사실 기재 상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였다는 점 외에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등 참조).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1이 전혈구검사(Complete Blood Count) 및 간기능검사(Liver Function Test)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공소사실 기재 상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위 검사를 시행하였더라면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 결과가 나와 피해자에게 이에 대한 조기 치료가 시행됨으로써 공소사실 기재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진료기록감정회신에서 인용한 트랜스퓨전(Transfusion)지에 수록된 논문에 의하면, 약물과민반응증후군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더라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간이식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2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에게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서 전혈구검사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시행하였음에도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진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응급실 내원 전에 피고인 1이 피해자의 전혈구 등을 검사하였더라도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1이 경과관찰 과정 중 전혈구검사 등을 시행하였더라면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상해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발열이 있으면 답손 복용을 중단하고 바로 피고인 1 등을 찾도록 지도ㆍ설명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 1이 위와 같은 지도ㆍ설명을 하였다면 피해자가 발열 증상이 발생하였을 2013. 7. 31.경 답손 복용을 중단하고 피고인 1이 전혈구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하여 약물과민증후군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상해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13. 7. 31. 답손 투약을 중단하고 여러 검사를 시행하였더라도 조기에 약물과민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따라서 설령 피고인 1에게 답손 처방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전혈구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과 약물과민반응증후군에 대한 대응을 지도ㆍ설명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과실이 없었다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동일 사안에 대한 과실이나 인과관계 판단이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다를 수 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엄격한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등 참조).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들이 이 사건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대학교를 상대로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서울고등법원 2019. 4. 4. 선고 2016나2045265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사건인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2의 업무상 과실, 그리고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과 공소사실 기재 상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2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의사의 주의의무, 업무상 과실과 상해의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 엄상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