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6. 7. 23. 선고 · 합헌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을 제한한 민법조항에 관한 사건
2023헌바274등 민법 제558조 위헌소원
헌법재판소는 2026년 7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①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 ② 재산상태 변경으로 인한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또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합헌) : 4(위헌)의 의견으로, ③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인 위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4인(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마은혁, 오영준)의 반대의견이 있다.
사건개요
○ 청구인은 1984년경부터 청구인의 아들과 함께 거주하였다. 청구인은 2008. 10. 23. 청구인의 아들에게 충북 ○○군에 소재한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증여하였고(이하 ‘이 사건 증여’라고 한다),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2008. 11. 4. 청구인의 아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 청구인은 이 사건 증여 이후에도 약 15년간 청구인의 아들과 함께 거주하였다. 그러던 중 청구인은 아들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자, 2023. 1. 18.경부터 아들과 따로 거주하였다.
○ 청구인은 ①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5조, ②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 ③ 재산상태 변경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7조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청구인의 아들이 청구인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민법 제555조, 제556조, 제557조에서 정한 해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증여는 이미 그 이행이 완료되었으므로 민법 제558조에 의하여 청구인은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 청구인은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23. 9. 6. 및 2023. 11.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이하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한다), 같은 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한다), 같은 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이하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해제와 이행완료부분)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4조(증여의 의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
제556조(수증자의 행위와 증여의 해제) ①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1.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2.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② 전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인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
제557조(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과 증여의 해제) 증여계약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결정주문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의 요지
1.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하여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는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참조).
○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이미 이행된 부분은 증여자의 증여 의사가 분명히 드러남과 동시에 증여가 경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므로, 더 이상 이를 이유로 하여 계약의 구속력에 예외를 인정하여 해제를 허용할 필요성이 없고,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이 중대한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 대해서까지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게 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윤리적인 요청을 법률에 반영한 것이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 우리 민법은 제556조 제1항 제2호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두어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 이와 관련하여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법적 안정성 등을 위하여 증여자에 대한 보호를 현저히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우리 민법은 증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다.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는 부양의무와 부양의 정도, 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증여자가 위와 같은 규정들에 근거하여 수증자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있는 이상,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했다고 하여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을 경우,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언제든 증여를 해제할 수 있으므로 증여의 이행과 부양의무의 이행이 실질적으로 결부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부양의무 있는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증여가 마치 부양의무의 이행을 상대부담으로 하는 일종의 부담부증여인(민법 제561조)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민법 제554조가 예정한 무상성·편무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증여계약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 당사자들은 증여의 이행과 부양의무의 이행을 결부시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민법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규정하면서도, 부담부증여를 통하여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자가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약정하는 것 역시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별 사건에서 증여자는 묵시적 부담부증여를 주장·입증하여 증여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다.
○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도덕적·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증자의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의 영역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입법론적 논의가 가능하다.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과 같은 국가들에서는 부양의무 불이행과 같은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의 해제를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법원은 부담부증여나 신의칙 등의 이론 구성을 통하여 증여의 해제와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미와 같은 보통법 국가에서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철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민법은 절충적인 입장에서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의한 증여자의 법정해제권을 인정하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통해 그 효과를 제한하는 한편, 부양의무의 문제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나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 등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 청구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특별히 증여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을 경우, 수증자가 반환을 하여야 할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역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맞추어 적정한 반환의 범위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정하는 입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법원이 재판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반환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경우에도 그 기준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심리의 지연 및 재판 비용의 상당한 증가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통하여 간명하게 증여와 관련된 이해관계를 조정하되, 부양의무의 이행은 별개의 법률 규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성이 있다.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그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있어 서로 정책적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수증자를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여자 보호에 충실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양의무의 이행이 단지 증여자의 주관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증여자가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등 가족 내에서 증여재산의 반환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
- 반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증여자가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신중하게 증여를 하게 되고, 이미 이행된 증여에 관하여는 법률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보아 증여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불이행하여도 증여자가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게 되어 증여자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입법자는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를 통하여 증여자가 부양의무의 이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이처럼 입법자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고려하면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들 역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 민법 제557조는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증여가 무상·편무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하게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에도 증여계약의 구속력을 계속 인정하는 것이 증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 그러나 일단 증여계약이 이행된 이후에는 수증자와 증여자 모두 증여계약이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하여 자신의 경제생활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증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 즉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게 되면, 증여계약이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하여 경제생활을 하고 있던 수증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 수증자는 언제든지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변경되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으면 증여자에게 증여재산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데, 수증자로서는 자신의 지배 범위 밖에 있는 증여자의 재산 상태를 알 수도 없으므로, 수증자의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상충하는 이익에 대한 조정과 비교형량은 증여에 대한 각 사회의 서로 다른 관념과 법체계 등을 기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에 대하여는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나라도 있고(독일), 철회를 인정하되 미이행 의무의 소멸만을 인정하는 나라도 있으며(스위스), 재산상태변경을 해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는(프랑스) 등 다양한 입법례가 존재한다.
○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위 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재판관 김상환, 재판관 김형두, 재판관 마은혁, 재판관 오영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는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가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 대해서까지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게 할 의무는 없다고 하는 윤리적인 요청을 법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헌재 2009. 10. 29. 선고 2007헌바135). 그런데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따라 수증자가 이미 이행 받은 부분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초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법정해제권을 인정한 취지가 몰각되고, 수증자에게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증여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 이에 대하여 위 조항이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수증자가 증여를 받고도 자신의 귀책사유로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경우,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그 해제에 의하여 증여계약이 소급적으로 소멸하여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므로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증여계약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한편,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법정해제권 행사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수증자인 자녀의 증여자인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불이행이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이후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에도, 독자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부모의 부양을 방기한 경우에,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할 대상이 망은행위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파탄되고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태에 놓인 부모의 법익이 아니라, 부양의무를 방기한 자녀의 법익이라고 보는 것은, 부양의무에 관한 우리 공동체의 정의관과 윤리관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수단의 적합성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
2. 합리성
○ 비교법적 이례성
-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은 명문의 규정 또는 판례를 통해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와 이에 따른 증여재산의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즉,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동일한 규범 체계를 지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입법이다.
○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부양의무 불이행을 제재하는 규범 체계
- 헌법재판소는 유류분과 관련된 사건에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고,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한 기여상속인이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재산을 비기여상속인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헌재 2024. 4. 25. 2020헌가4등 참조).
- 이와 같이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을 중시하고, 이를 불이행한 자녀가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한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도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자녀로부터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하고, 규범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가족 간의 유대와 상호 부조를 근간으로 하는 가족질서를 유지·확립하는 올바른 길이다.
○ 부양의무 이행청구권 및 부담부증여 제도의 존재 등과 합리성 판단
- 이와 관련하여, 증여자가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다층적인 권리구제수단을 인정하는 규범 체계와 그 각 권리구제수단의 독자적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합리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 또한, 증여자가 부담부증여를 할 수 있기는 하나, 부담부증여 제도와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 제도는 각각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지닌 별개의 제도이므로, 부담부증여 제도의 존재 등을 이유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합리성 유무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이해관계의 간명한 조정 등을 위한 해제의 효과 제한과 합리성 판단
-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 시 수증자가 반환하여야 할 범위를 법률로 정하거나, 법원이 반환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이해관계를 간명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해제의 효과를 제한한 것은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해제권의 행사로 인한 반환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법률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증여계약의 해제에 있어서만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현저히 비합리적인 것이다.
3. 법익의 균형성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의 법익만을 우선시하고, 증여의 기초가 된 신뢰가 무너지고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증여자의 법익을 도외시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
4. 결론
○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이 자의적이고 현저히 비합리적이며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종전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에서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계약 해제의 효과를 제한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 결정은 종전 선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결정으로서, 헌법재판소는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이 사건 결정에서 ①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과 ②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하여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부터 수증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데에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 그러나 ③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하여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 법정의견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하여는 비교법적으로도 다양한 논의가 있고, 입법자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다각도로 고려하면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증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부양료 청구나 부담부증여 등의 여러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반면,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동일한 규범 체계를 가진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입법으로,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증여자가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수증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증여자의 해제권 행사가 수증자에게 불측의 손해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부양의무 불이행의 상황에서 증여자가 아닌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를 보호하는 것은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을 중시하는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입법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을 제한하는 민법 제558조와 관련하여서는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나 국회에서 여러 차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향후에도 민법 제558조를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바, 이 결정은 우리 사회의 증여 제도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의 기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헌법재판소 최근 주요결정(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헌법재판소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24조의2에 따라 이용합니다 · 헌법재판소 저작권 정책